의료일원화, 대체 언제 가능한 것인가?

젊은 한의사들이 정책 결정권자들과 직접 묻고 답하다

의료일원화, 대체 언제 가능한 것인가?

Q. 의료일원화라는 큰 목표를 위해서 저희가 준비를 해나가는데, 기간을 어느정도로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기간이 짧다면 한정된 시간안에 회원들에 설명을 해야하는 부분이 많고, 준비가 많이 필요할텐데, 그런면에서 정책에 대한 반발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긴 시간 보다 필요한 것은 순간의 집중력

저는 이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내부를 설득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겠느냐. 여러분, 이 주제가요 적어도 19세기 말부터 이야기되던 문제입니다. 한중일 다 그랬고요 미국도 그랬어요. 미국의 플렉스너 보고서를 생각해보세요. Bio medicine과 그때까지 존재하던 수많은 대체의학들의 싸움이 있어왔어요. 그때 논쟁들 다 찾아보세요. 지금 한의계 상황과 비교해서 새로운게 하나도 없습니다. 기가 찹니다. 저는 그래서 앞으로 우리에게 10년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과연 한의계 내부가 통일될 수 있을 것인가. 어렵다고 봅니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구체적인 변수가 생길 때 우리 안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른 문제가 있는 겁니다. 즉, 긴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순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의 집중력으로 그 순간 대중들이 관심이 어느 방향으로 쏠리냐 따라서 결정됩니다. 역사적이 사건들이 그랬듯이. 그 시기가 언제냐. 저는 빠르면 빠를수록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왜그러냐하면. 늦어질수록 손해를 보고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상태가 고착화되어가고 있어요.

90년대 중반에 의협이 주장했던 일원화 방안이 뭐였는지 아세요? 한의사들에게 모두 한방과 전문의를 주겠다 하는 주장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기가찬 주장이죠. 지금은 gp 따려면 의대 들어가라합니다. 근데 그때는 기존 한의사들에게 의사 면허도 아니고, 전문의를 주겠다고 했어요. 찾아보시면 나옵니다.

제가 88학번입니다. 30년 동안 대한민국이 한의학을 어떻게 소비해왔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의사들의 한의학과 한의사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여기에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습니다.

의사들만 그래요? 대한민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시각이 달라졌어요. 80,90년대에는요, 대한민국의 잘나간다고 하는 사람들 국문학자, 컴퓨터공학자, 기자들이 ‘한의에 뭐가 있겠지’. 지금은요, 이야 요즘 양방이 참 수술을 잘하더라, 조기검진해서 다 찾아내더라 이런 세상입니다.

바로 시대 정신인거에요. Zeitgeist. 우리말로 시대정신입니다. 그 시대정신이 달라졌습니다.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갈지도 저는 예측이 되요. 왜 그러냐. 우리나라만 겪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 과정을 다 겪었습니다. 70년대에 1차,2차 오일쇼크가 오고,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의 파워가 약화되면서 제3세계가 블록화되고, 여성해방, 노예해방, 흑인해방, 홈스쿨링, 자가치유, 이런게 엄청 유행을 했어요. 지금 그런거 다 없어졌어요. 그냥 일급적인 체계가 되었습니다. 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료계 내에서 한의학이 얼마나 쓰이냐와 정치적인 아젠다가 어떻게 서느냐는 전혀 다릅니다.

앞으로의 정치적인 아젠다는요, 의료는 바이오메디슨으로 통일 되고, 과학의 딱지를 붙이지 않으면 아무도 안 믿는 세상이 옵니다.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우리는요, 우리 내부의 의견 통합을 기다리는 동안에 저들이 원하는 대로 될겁니다. 저는 우리의 역할 영역이 더 축소될까 두려운거에요. 그럼 언제가 적절한 시기냐.

제 개인 생각입니다. 서울까지 가자는 동의하는데, 빨리가자, 늦게가자, 한명 먼저 보내고 보자, 다같이 가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죠. 저는 빨리가자, 한명 보내고 걔가 자리잡고 나머지를 당기게 하자 이겁니다.

의료일원화, 내년에 기회의 창이 열린다

내년이 핵심입니다. 내년이 어마어마한 기회의 창입니다. 여러분들이 이걸 꼭 기억해 주셔야 해요. 왜그러냐. 제가 politics 말씀드렸잖아요. 기회의 창 말씀드렸잖아요. 그 기회의 창은.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비토포인트(veto point, 거부점)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여러분 영국이 왜 NHS를 선택했다고 봅니까, 영국은요, 굉장히 자유주의가 강한 나라입니다. 영미식이라고 하죠. 영국은 유럽식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 영국이 NHS를 선택했어요. 자국민의 보건의료를 국가가 직접 공급한다니까요. 극단적으로 사회주의적인 제도를 영국에서 채택했는데,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에요. 영국의 역사와는 맞지 않아요.

이유를 보통은 딱 한 가지를 얘기합니다. 2차 대전 이후 노동당이 집권했기 때문이에요. 처칠이 2차 세계 대전을 이겼는데, 선거에는 졌어요. 그래서 노동당이 집권을 했어요. 그런데, 영국은 의원내각제란 말이에요. 의원내각제라서 노동당이 집권을 하고 노동당이 정책을 펴면 그 정책을 막을 방법이 없어요. 왜냐면 의회 다수당이 정책까지 해버리니까요. 똑같은 일이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도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와 스위스는, 프랑스는 대통령제입니다. 대통령제면 야당이 있잖아요, 의회가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는 어땠냐. 스위스는 더 심합니다. 스위스는 국민소환권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막 작당해서 여론으로 때려 넘겨버리면 정책 실행이 안돼요.

이런 걸 비토포인트(veto point)라고 합니다. 비토 그룹은 의사겠죠.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의사의 힘이 아무리 세도요, 의원내각제면 비토포인트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고, 대통령제, 국민소환권이 있으면 비토포인트가 늘어나게 됩니다. 비토포인트가 늘어나면 보건의료계획이 안됩니다. 공급도 맘대로 안돼요 의사들이 먹고 살아요. 그러면 이해가 되시죠. 왜 스웨덴 북유럽이 사회주의 보건의료를 하느냐. 의원 내각제가 되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나라가 어떤 제도를 채택하는지를 보면은요, 그 나라에서 정부의 정책 실행력이 얼마나 높은지, 거꾸로 민간의 입장에서 비토포인트가 얼마나 있는지가, 이 싸움이 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덕택에 의사 집단의 전문성이 의문을 품는 국민들이 있습니다. 의사의 말에 권위가 축소됩니다. “본인 이득보려고 하네”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전면적으로 이생각이 드는건 사실상 초유의 사태입니다.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생겼어요. 그게 뭡니까. 의대 정원 확대입니다. 의사 숫자 늘리는 것. 의사 숫자 늘리는게 아직까지는 정말 전국민적인 관심사는 아니에요, 그렇긴 하지만, 의대생 국시 응시라는 문제가 ‘공정성’ 이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 문제가 내년에 어떻게 발할지는 봐야합니다.

내년에는 선거가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세상 모든 관심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저는요. 내년 여름 정도에 어떻게든지 이 문제가 상당히 공론화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유리한 찬스가 하나 있어요. 2018년에 이미 합의를 했다는 것. 그 2018년에 합의 한 것을 시작만 하면 됩니다. 우리 내부는 분명히 시끄러울거에요. 그 때 저는 이렇게 말할거에요. “우리는 그 협의 위에서 나아가야한다.” 라고 주장할겁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첩약이라던지, 지역의사, 공공의료에 대한 한의계 내부의 정치 성향을 보면, 아마 강렬하게 반발하겠죠. 뭐 안되면 할 수 없는거니까.

요컨대, 속도조절론에 있어서 내가 지금 이순간에 찬스를 어떻게든 잡으려고 하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안되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관하지 않고 또 다른 기회를 노리는게 속도조절론이지. “야 지금은 때가 아니니까 참아” 이건 속도조절론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내가 스트라이커야, 골문 열렸어. 그러면 차고 가야죠. 골키퍼 없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공 뒤로 돌리면 언제 넣겠습니까. 백년 걸립니다.